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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Naver BlogReview 2024. 3. 10. 21:35

톨스토이, <고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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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톨스토이의 나이가 채 50세가 되기 전, 그의 삶은 외부적으로 볼 때 완벽해 보였다. 사랑하는 가족, 부와 명예, 그리고 건강까지,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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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고백록> 후기]

작성일: 2024. 3. 10. 21:35

톨스토이의 나이가 채 50세가 되기 전, 그의 삶은 외부적으로 볼 때 완벽해 보였다. 사랑하는 가족, 부와 명예, 그리고 건강까지, 모든 것이 그의 편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

그러나 그는 그 무렵 자살을 할지 고민했다.

충동적으로 목을 매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방에서 노끈 같은 것들을 치워 버렸고,

쉽게 자살하려는 유혹을 막기 위해 총을 가지고 사냥을 나가는 것을 그만 둘 정도였다.

그에게 삶의 무상함이 크게 다가왔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불안함과 공허함이 찾아와 심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근데 왜 톨스토이가?

현대의 한국 사회로 따져보자.

톨스토이는 강남역에 멋진 아파트가 있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아이들과 아내가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쳐서, 인스타그램 팔로워 200만은 가뿐히 넘는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역삼역에 건물도 있는 람보르기니 소유주였다.

그런 그가 자살을 하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을 가졌던 그가 말이다.

그가 단지 섬세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복한 상황에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고전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톨스토이가 고민하는 문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류 공통의 저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차피 죽는데 왜 살아야 하는가'

'삶에는 의미가 없는데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은 전 시대를 거쳐 전 세계의 철학가, 사상가 위대한 작가들이 절절하게 매달린 고통스러운 고민이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도 누구든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고자 일정량 이상의 독서와 사색을 한다면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왜 살아야 하는가',

오디세이를 향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끈덕지게 따라붙는 무서운 질문이다.

그는 과연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 푸나 꽤나 궁금해지기에 몰입해서 읽었다.

그는 말했다.

'결국 자기 자신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영위하는 삶은 틀림없이 불행하기 마련이고(어차피 우리는 죽으니까), 하나님의 뜻에 참여하는 삶이 불행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읭?

이 대목에서 '어이 톨스토이 왜이래'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 그가 이런 판단을 할 근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책 전반부에서 그는 종교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나님 있음? 없는 것 같아서 믿다가 안믿었음ㅋㅋ'

톨스토이가 디씨에 글을 쓴다면 이런 느낌.

흠, 그를 이해해 보고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러한 결론으로 이끈 게 아닐까?' 부족한 내 머리로 생각했을 때 이게 가장 납득 가능한 결론이었다.

유치원생 톨스토이는 종교적 문화 속에서 자랐다. 그가 믿고 따랐던 어른들은 예배를 드렸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그 속에서 그는 안정과 행복을 얻었을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여물고 종교를 벗어났을지라도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종교가 주는 안정감, 따뜻함 메커니즘이, 그에게 아주 익숙하게 삶의 의미를 불어넣어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어린 시절에 즐겼던 것들을 계속 즐기는 게 인간이니까,

원리가 비슷한 파생물들을 계속 반복하며 즐기는 게 인간이니까 말이다.

또 종교는 애초에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주는 역할을 하는 집단이다.

국가도, 동아리도, 가족도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그다지 주지 않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에 그의 종교 회귀 대목이 비이성적으로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소 방법에 대해서 뒤늦게나마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었고 참으로 인간다운 결론이니 납득이 됐다.

그가 <고백록>을 쓰고 3년 뒤에 쓴 글도 읽어봤다.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 글은 꿈에 대한 얘기였다.

진~짜 대충 요약하자면,

1.엄청 무서운 허공에 매달려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받쳐주던 끈이 하나씩 없어져서 불안했고

2.남은 하나의 끈이 사실 엄청 단단하고 엄청 중요하게 자신을 지지하던 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런 꿈 이야기.

그리고 이 이야기가 자신의 긴 <고백록>을 대체할 좋은 이야기라고 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멋진 이야기입니다.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그가 말하는 '단 하나의 끈'은 우리의 어린 시절 형성하는 생의 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게 아닐까 한다.

그 끈은 우리의 무의식 중에 자리잡았을 거고 각자 다르게 생겼을 것이다.

이 허무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우리 각자의 끈은 무슨 색일까?

하나 일까 여러 개일까?

어떤 끈일까?

이 책은 오랜만에 삶의 무상함에 대한 한 인간의 괴로움을 깊이 있게 몰입하게 해주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다. 마지막 꿈 이야기도 너무 마음에 든다. 삶의 의미를 서술하는 단단한 답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책에 별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4.7점을 주고 싶다.

0.3점은 어 음 도중에 좀 루즈한 포인트가 있어서 그냥 깎았음.

그리고 하루 만에 다 읽으려니까 좀 힘들어서 깎았음.

<고백록>이라는 책을 추천해 준 H 님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원문: https://blog.naver.com/nietzsche11/223379153674